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연구에 대한 열의도 없이 석사 하나만 호로록 따고 말겠다는 마음으로 입학했던 나였지만
막상 입학하고 공부해보니 무언가를 깊게 파보고 고민해보는 것이 싫지 않았다. (자퇴하고 싶었던 적은 있었다)
무언가 내가 어줍짢게 시도한 분석법을 통해 결과가 도출되고, 거기서 무언가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공부하는 보람이 없진 않았다. 아마 이 덕분에 더 공부에 빠지게 된 건 아닌가 싶다.
특히, 데이터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되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정량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유의성을 확인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분석법을 공부하는 것에 엄청난 흥미가 생겼다. (물론 잘한다고 한 적은 없다)
많이 공부하고 알게 될수록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는 것이니, 당시 이 내용으로 강의를 하시고 계신 교수님께 찾아가
지도 제자로 받아주시면 안되겠냐고 부탁드렸었는데, 세상 쿨한 표정과 말투로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래. 열심히 해보거라. 그리고 다음에 올 땐 네 논문 어떻게 써볼지 한 번 구상해서 갖고오고.'
' 아,넵!'
얼떨결에 대답은 했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였다.
네? 입학한지 이제 첫 학기가 되었는데... 갑자기 무슨 논문인가요 교수님... 저는 말하는 감자인데요..?
'쉬엄쉬엄 석사를 따고 졸업하겠다' 는 나의 안일한 생각을 바로 깨부숴주셨다..^^
수업을 듣고, 주어진 과제를 소화하기도 벅찬데 갑자기 논문까지 구상해오라고 하시니..갑자기 할 일이 추가되면서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고민 끝에 주제를 겨우 선정하고, 데이터를 찾아서 엑셀로 정리하고서
사용하고 싶은 분석을 교수님께 설명드렸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투입 요소와 산출 요소를 적절하게 선정한 후 각 개체의 효율성 분석에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당시에 교수님께서 수업을 하시던 내용이라 적절하게 응용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이걸로 정했는데,
석사 첫 학기에 준비해온 내용이다보니 엉성하면서도 많이 모자란 준비였음에도
나름 귀엽게(?) 봐주셨는지 그대로 진행해보자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허락 맡은 주제와 분석을 진행하면서 논문을 쓰고,
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풀어가면서 설명하는 과정은 처음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글을 쓸 때 마다 마치 내가 쓰는 언어는 한글이 아닌 느낌..? 문장을 쓸 때마다 기력이 빨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기 빨려가며 잠도 줄이는 상황에서 서론-본론-결론에 이르는 글을 어떻게 써냈고,
선행 연구와 참고 문헌, 그리고 교수님께서 작성하셨던 논문들까지 싹 훑고 읽으면서 논문의 흉내(?)를 낸 글을 완성했다.
가까스로 완성했단 즐거움에 마냥 즐거웠지만 그 땐 몰랐다.
이게 논문 작성의 시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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